조수미,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최고등급 '코망되르' 받았다
2025.05.29

“이 훈장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예술혼이 세계에 전한 감동의 결과예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62)가 26일 오전 파리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에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다.
1957년 제정된 이 훈장은 문화예술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에게 프랑스 정부가 수여한다. 슈발리에(Chevalier·기사), 오피시에(Officier·장교), 코망되르(Commandeur·사령관)의 3단계가 있다. 한국인 수훈자는 10여 명 있지만, 이 중 최고 등급을 받은 이는 2002년 김정옥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2011년 지휘자 정명훈에 이어 조수미가 세번째다.
한국계 프랑스인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이 직접 훈장을 수여했다. 펠르랭 전 장관은 이번 서훈의 제안부터 성사까지 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수미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성악가 중 한 사람”이라며 “뛰어난 재능과 예술성으로 지난 40여 년간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인을 매혹시켜왔다”고 했다. 또 “프랑스 음악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프랑스와 한국 간 문화 교류에도 큰 공헌을 했다”며 “오늘 이 훈장은 이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했다.
조수미는 수훈 후 떨리는 목소리로 “프랑스는 수십 년 전 젊은 음악가였던 내게 많은 기회를 준 특별한 나라”라며 “많은 프랑스인 친구가 내 유럽 활동을 응원하고,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또 “내 예술혼을 길러 준 이곳에서 음악가로서 공로를 인정받는 훈장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조수미는 지난해부터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고성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도 열며 프랑스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뒤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베를린 도이체오퍼, 빈 국립오페라극장, 밀라노 라스칼라 등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올랐다. 파리 샹젤리제 극장과 오페라 바스티유 등에서도 10여 차례 공연했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다양한 프랑스 성악곡들을 발굴해 세계 무대에 소개하면서 큰 반향을 얻기도 했다.
그는 수훈식 전 특파원들을 만나 “오늘 이 훈장을 받으면서 내가 지난 40여 년간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뭔가 선물이 될 만한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한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음악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수미는 나이와 상관없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40여 년간 항상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해왔다. 그는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 찬물 한 잔도 함부로 마시지 않았고,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려 운동도 매일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조수미는 이날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했다.
조수미는 이날 자신의 중국과 한국 순회 공연 일정도 발표했다. 그는 “6월 8일부터 25일까지 중국과 한국에서 ‘조수미와 위너스, 더매직(The Magic)’ 순회 공연을 연다”며 “내 이름을 딴 콩쿠르를 통해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발굴하고, 직접 이들의 국제 무대 진출을 돕겠다는 꿈의 실현에 한 발 더 가까이 갔다”고 했다. 그는 “특히 내년은 내 국제 무대 데뷔 40주년이자,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라며 “정말 특별하고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수훈식에는 프랑스 문화부 관계자들과 음악계 인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조수미는 “이 훈장은 나 혼자의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예술이 세계에 전한 감동의 결과”라며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한국의 품격과 혼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